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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님 @A22660599 

​ 논 커플링 

난로, 털공, 겨울의 삼박자

 

 

 


  열심히 손을 놀리다 아바키오는 의문을 가졌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아바키오는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대바늘 두 개가 들려 있었다. 대바늘에는 파란색 털실이 걸려 있었고, 그 아래로 촘촘히 짜여진 털실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목도리를 만들 생각이었다. 아바키오는 작업물을 높이 들어 보았다. 아직 세 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옆을 돌아보니 부챠라티가 미소를 머금고 손을 재게 놀리고 있었다. 그 역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먼저 하고 있어서 그런가, 목에 둘둘 말 수 있을 정도의 길이었다. 부챠라티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방금 전 아바키오가 했던 것처럼 팔을 들어 길이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그는 말끔하게 마무리 매듭을 짓고 털실을 잘라냈다.


“아바키오, 잠시만 이쪽으로 와주겠나?”


부챠라티가 불렀다. 아바키오는 깨작거리고 있던 뜨개질 거리를 내려놓고 다가갔다. 깔끔하게 뻗은 목에 부챠라티는 제 작품을 거침 없이 둘렀다. 긴 머리카락이 자꾸만 목도리 안으로 들어갔다. 아바키오는 부챠라티가 그것을 거슬려 하고 있음을 깨닫고 밀려 들어간 머리카락을 빼 묶었다. 미미하지만 그가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군. 아바키오는 몰래 흐뭇해했다.


  부챠라티는 아바키오를 감상하다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잘 어울리는군. 부챠라티는 아바키오의 목에서 목도리를 풀어내고 고이 접어 바구니 안에 넣었다. 그리고 새로운 털실을 꺼내 두 번째 작업에 들어갔다. 아니, 저걸로 네 번째다. 아바키오는 부챠라티 옆에 있는 바구니를 보았다. 형형색색의 털실 목도리가 고이 담겨 있었다. 반면에 아바키오의 바구니는 텅 비어 있었다. 아직 제대로 완성한 게 없었다.
다시 바늘을 집어 들고 열심히 손을 놀렸다. 초보임을 입증하듯 삐뚤빼뚤하게 뜨였다. 어떻게 하면 부챠라티처럼 깔끔하게 뜰 수 있지. 아바키오는 부챠라티를 부러운 듯이 쳐다보았다. 부챠라티는 콧노래를 부르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딴 생각 말고 열심히 하기나 해야지. 아바키오는 느릿느릿, 하지만 꾸준히 목도리를 만들어갔다.
난로에서 장작이 타들어가며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으나 따뜻한 기운 덕에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털공과 털실 등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 걸지도. 덕분에 나른한 느낌까지 들었다. 옆에서 노래하는 사람이 있어서 더욱 졸음이 몰려왔다.
겨우 반절 정도 완성하고 아바키오는 기지개를 켰다. 수그리고 있던 탓에 어깨며 허리, 목이 아팠다. 굳은 몸을 풀어주며 아바키오는 그제야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부챠라티, 우리가 왜 뜨개질을 하고 있는 거지?”
“뭔가를 하려고 해도 죠르노 녀석이 말려서 말이지.”


처음부터 죠르노 녀석 이야기가 나왔다. 아바키오는 눈을 찡그렸다. 부챠라티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있자니 심심하고, 일을 하려고 하면 다들 막아서니. 할 수 있는 게 이것 뿐이더라고.”
“그러니까, 많고 많은 것 중에 왜 뜨개질이냐고.”


산책이나 그런 것도 있지 않아? 따뜻한 곳에 있는 탓에 아바키오는 지금이 한겨울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부챠라티가 바로 그 점을 지적했다. 아바키오, 밖은 지금 눈이 내리고 있다. 아, 하고 아바키오는 얼굴을 붉혔다. 부챠라티는 그의 실수를 묵인해주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겨울에 떨고 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목도리나 스웨터는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더군.”


물론 나도 처음에는 난항을 겪어지만 말이야. 그러면서 부챠라티는 바구니 아래에 있는 목도리를 꺼냈다. 아바키오가 만들고 있는 것보다 훨씬 엉망진창이었다. 아바키오는 피식 웃었다. 가끔 보면 부챠라티는 어설픈 면이 많았다. 부챠라티 본인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한다. 부챠라티의 매력은 바로 그 점이었다. 무엇 하나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고야 만다. 그 강함에 모두 모인 거겠지.
내가 너보다는 뜨개질에 재능이 있는 것 같군. 아바키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랑했다. 부챠라티는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긍정했다.


“그래, 처음인데도 제법 형태를 갖추고 있으니, 분명 나보다 더 빨리 기술을 익히겠지.”
칭찬에 약한 아바키오는 옅게 홍조를 띄웠다. 부챠라티는 알아채지 못했다.
“우리 둘 다 목도리 뜨기에 익숙해지면 다음에는 장갑에 도전해볼까.”


아바키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음, 다른 녀석들과 함께라면 귀찮겠지만 부챠라티와 단 둘이 하는 거라면 괜찮을 지도. 일단은 이 목도리 한 개를 먼저 완성해야 하겠지만. 아바키오는 우선 긍정했다.


“그래, 익숙해지면 말이지.”
“그래. 열심히 배우면.”


두 사람은 별다른 의미 없는 시시콜콜한 약속을 나누며 목도리를 떴다. 한 땀 한 땀, 수고와 과정을 들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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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굥 @Rcket_N9 

​ 논 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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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맨 @h__e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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